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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강] 수필구성론 - 수필구성의 특이성 / 권대근

공덕수 2008. 1. 31. 06:48

제 12 강 제2장 수필구성론 - 수필구성의 특이성 / 권대근

제 2장 수필구성론


1. 구성의 정의

수필의 구성이란 제재를 선택하고 그것을 다시 주제에 어긋나지 않도록 배열하고 결합하는 작업이다. 수필의 장르적 외부 특색은 그 구성에 있다. 다시 말하면 수필은 희곡이나 소설과 같이 구성의 압박을 덜 받는 것이 외부적 특색이다. 수필의 3대 구성요소라면 수필의 주제, 수필의 제재 그리고 수필의 구성이다. 오창익은 수필의 구성적 요소로 위의 3요소에 '문장'을 더하고 있다.

우리는 수필을 자주 건축에 비유한다. 우리가 세우고자 하는 건축의 목적물 자체는 주제가 되고, 건축의 재료는 제재가 되고, 건축의 설계도는 구성이 된다. 한 편의 수필이 건축물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 건축물을 지을 건축재료를 선택하여야 하는데, 수필을 쓸 재료(글감)가 곧 제재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뼈대와 세부계획을 포함하는 설계도는 수필의 구성이 된다. 무슨 건물의(주제), 무엇으로서(제재), 어떻게(구성)지을 것인가가 건축의 기본 3대 요소가 된다. 이때 건축의 설계도 안에는 그 건축의 격식(건물의 종류)과 건축의 공법 및 순서(건축의 과정) 등이 소상히 표시되어 있어야 한다.

문학작품에서 구성이란 낱말은 원래 토지란 뜻으로 평면도즉 설계도를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 구성이란 자료정리로부터 작품의 줄거리 속 사건들의 순서나 배열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총체적 계획을 말하는 것이다. 창작과정에서 무슨 장르의 문학이든 구성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특히 수필창작에 있어서 구성은 필수 요소로써 주제, 제재와 함께 3대 구성요소가 된다.

2. 구성의 특이성

특이성이라고 한 것은 의도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문 중에서도 수필의 구성만은 희곡과 소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편의상 특이성이라고 붙인 것이다. 우선 희곡과 소설의 구성은 『plot』으로 적지만 수필의 구성은『 기 승 전 결』이 없는 그저 얼개(structure, frame) 정도로 부르는 것이라고 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치 수필의 구성이 희곡과 소설의 그것과 같은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허구를 전제로 하는 작품의 구성은 매우 치밀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희곡과 소설에서 허구가 진실로 보이는 데는 구성을 면밀히 함으로써 사실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은 평범을 공명의 세계로 확대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허구와 같이 그렇게 구성의 압박을 받지 않는다. 다만 희곡의 구성은 소설보다 더 제압을 받고, 소설은 수필보다 더 제압을 받는다고 말할 수 있다.

1) 집합성

수필의 구성은 제재로부터 주제에 이르는 과정이요, 그 과정의 체계화 내지는 질서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원활한 질서화를 위해 수필가는 우선 연상 작용의 산물인 여러 가지 사례들 중 어느 하나에 시점을 고정시켜야 한다. 물론 그 낙점의 기준은 수필가의 주관, 즉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따르겠지만, 그때 그때의 심경이나 기분에 좌우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어느 하나의 결상에 시점이 모아지면 다른 결상은 잊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다시 취해 주제에 걸맞게 재조정, 재정렬을 시켜야 한다. 이것이 사건이나 행위에 의존하지 않는 수필 나름의 구성적 특성이다.

2) 저회성

수필의 구성에는 변화가 요구된다. 같은 것이 한결같이 계속될 때 독자는 짜증을 내게 된다. 숨이 막힌다. 그때 탈출, 초월, 파격과 같은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수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이름하여 저회성이다. 이는 흐르다가 맴도는 느긋함이다. 사잇길로 잠시 벗어나 보는 재미다. 버스가 휴게소에 닿으면 용변을 마치고 담배 한 대 물고 서성거리고 싶어진다. 이 숨돌림이 타 장르에는 없는 수필의 구성이다. 여기서 저회한다는 것은 한 가지 이야기의 지속에서 문득 방향을 바꾸는 일종의 '전환'이다. 그러다가 독자의 숨통이 트여졌을 때 다시 주제로 돌아가야 한다. '탈출'이 아주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전체 글의 주제 구체화 전략인 통일성을 해치게 된다.

3) 유동성

수필은 무형식의 형식이라고 한다. 그 '무형식'이 대부분 구성 단계에서 실현된다. 논문의 서론, 본론, 결론의 과정을 밟든 기승전결이라는 한문 형식을 따르든 구성의 과정은 수필가의 자유다. 그래서 무형식의 형식은 두 가지 면에서 문제를 가진다. 하나는 그 자유로움에서 오는 자유의 만끽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다는 어려움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틀에서 벗어나는 자유도 있지만 창조라는 장점도 있다. 오늘날 쓰여지고 있는 수필의 구성 방법 중에 많이 쓰이는 것이 현재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회귀하는 구성법이다. 어쨌거나 수필의 구성은 어떤 형식에도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4) 평면성

문학 작품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평면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입체구성이다. 수필에서 사용되는 것은 주로 평면구성이다. 평면구성이라 함은 수필에서 사건을 수평적으로 엮어가는 것을 말한다. 수필은 평범을 공명으로 확대해 나가는 작업인 만큼 사실이나 사건을 평면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수필의 공인된 구성이 된다. 이 평면구성은 사건 나열이 수평적으로 이루어짐을 말한다. 이 구성은 주제 하나의 제목 하에 하나의 주제 또는 하나의 이야기를 계속 끌고 나가는 구성이다. 또한 이 구성법은 어떤 상태의 심경을 쓰는데 활용되는 구성법이기도 하다. 시간의 변환이나 사건의 진척이 없는 것이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