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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강] 주제의 형상화기법 / 권대근

공덕수 2008. 1. 31. 06:52

제 15 강 주제의 형상화기법 / 권대근

5) 주제의 형상화 기법

(1) 주제의식의 구체화


주제의식의 구체화란 선택된 소재에 대한 자기 해석의 한 방법으로써, 제재를 개인적인 경험으로 자기화하는 관점이며, 의미부여인 것이다. 주제의식의 구체화는 주제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작업으로써 만약 이러한 주제의식의 구체화 작업이 없으면, 중심사상이 분산 확산되어 수필의 통일성을 해치게 된다.

예를 들어 <봄>이란 제재로 수필을 쓸 때, 주제의식의 구체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소생', '희망', '사향', '회고' 등 유사한 사상이 인접 내통함으로써 주제를 분산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의식의 구체화는 '소생'이면 '소생', '희망'이면 '희망' 어디까지나 어느 하나로 집약되고 응축되어야 한다.

나도향의 "그믐달"을 보자. 이 글의 주제는 '고독'이다. '고독'이란 주제를 살리기 위해 작가는 "그믐달은 가슴이 저리도록 쓰리고 가련한 달이다."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그믐달은 평화롭게 잠든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 머리를 풀어뜨리고 우는 청상과 같은 달이다."와 같은 문장으로 의식의 구체화를 이루었다. 아무리 값지고 귀한 주제라 해도 그 의식의 구체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문학수필이 될 수 없다.

(2) 주제의식의 의미화

의미화란 주제의식을 구체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자기화의 수법이다. 쉽게 말해서 작가 나름의 눈으로 주어진 제재를 이해하는 마음인 것이다. '부는 바람'을 '인생'에 비유하고, '흐르는 물'을 '덧없는 세월'로 보는 것이 일종의 의미화다. 예를 들어 낙엽을 제재로 하여 주제의식을 추출, 그 사상을 구체화한다고 할 때, 우리는 '조락'의 의미로서 '이별' '허무' '방황' '절망' 등으로 의미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의미화는 정서의 자기화로 볼 수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그 낙엽의 의미를 개성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데, 먹히다 남은 그 반쪽마저 벌레에게 깨끗이 주고 오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지금 그 낙엽이야말로 아쉬워 하고 있다는 '헌신'의 정신으로 의미화할 수 있다.

의미화 작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정서의 표출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상을 보고 느낀 정서를 생활일상에 역류시키거나 여과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솔직한 자기 관조 또는 반조로 나아가야 한다. 오창익의 "해당화"는 주제가 '열애'인데. 작가는 바다 건너로 멀리 떠나간 임을 그리는 여인을 해당화에 비유하고, 그를 기다리는 지친 여심을 비바람에 진 빨간 꽃잎으로 의미화 하여 "30대 여인의 각혈"이라 하였다. 권대근의 "고향"은 주제가 '그리움'인데, 고향을 편지 속에 담긴 그리운 이의 손짓에 비유하여 주제를 의미화 하였다.

(3) 주제의식의 상상화

주제의 상상화는 주제의 효과적이고도 원활한 의미전달을 위해 중심사상을 문장으로 상상처리하는 일이다. 이는 주제를 구체화를 도와 문학성을 더하는 작업으로 그 전달방법은 상징, 비유, 암시, 함축, 생략 등이다. 즉 구체화된 주제의식을 상상적으로 문장화해야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청춘예찬"을 보자. "이상! 빛나고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로 사상의 구체화를 도모하고 말미에 "그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의 눈이 그것을 보는 때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를 듣는다. 그것은 웅장한 관현악이며 미묘한 교향악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라는 비유 일색의 문단으로 중심사상을 상상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