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좋은글♬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감동·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당신  (0) 2007.03.25
기회가 있을 때...  (0) 2007.03.12
세상을 보게 해주는 창문  (0) 2007.03.02
어머니의 발  (0) 2007.02.25
그냥친구와 진짜친구  (0) 2007.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