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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불교교리 : 중국불교의 이해 - 3. 제종(諸宗)의 사상과 수행관-(1) 천태종

 

3. 제종(諸宗)의 사상과 수행관

중국불교의 여러 종파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천태․화엄․선․정토종의 넷을 들 수 있다. 각 종의 중심사상과 수행관을 살펴봄으로써 중국적인 불교의 모습과 또 우리 나라 불교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천태종

천태종은 위로는 용수보살로부터 북제(北齊)의 혜문(慧文, 6세기 중엽)과 남악 혜사(南岳 慧思, 515~577)를 거쳐 천태 지의에 이르러 그 사상과 수행체계가 완비되었다. 혜문 선사는 오로지 ≪대지도론≫을 중시하였다. 그중 "세 가지 지혜를 한 마음 가운데 얻는다[三智一心中得]."는 문구에서 일심삼관(一心三觀)의 요체를 깨달았다고 한다. 혜사는 출가 후 ≪법화경≫을 비롯한 많은 대승경전을 수천 번 독송하였으며 ≪묘승정경≫을 통하여 선관(禪觀)을 접한 후로는 혜문을 비롯한 여러 선사들을 찾아가 선법을 배웠다. 마침내 법화삼매를 증득하고 북조의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 말법(末法)의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법화원돈의 뜻과 네 가지 안락행(四安樂行)으로 대중을 교화하였다. 23세 때(560년) 대소산(大蘇山)으로 찾아온 지의에게도 법화의 보현도량을 보이고 네 가지 안락행을 설해 주니, 지의는 법화경을 독송한 지 2주일 후 <약왕보살본사품>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이와 같이 스승으로부터 법화원돈의 사상과 실천법을 배운 지의는 그 후 법화경의 주석서인 ≪법화문구≫ 상하 10권과 "묘법연화경"이라는 제목을 해석함으로써 전체 불교의 사상을 원돈의 뜻으로 풀이한 ≪법화현의≫ 상하 10권을 강설하였다. 이어 만년에는 원돈지관(圓頓止觀)의 실천법문으로서 ≪마하지관≫ 상하 10권을 설하였다. 이들 천태삼대부(天台三大部)는 그의 제자인 장안 관정(章安 灌頂, 561~632)에 의하여 모두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한다.


그 밖에도 많은 강술(講述)이나 저서를 통해서 집대성한 천태의 교학과 관문(觀門)은 이후 중국불교의 다른 종파형성에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실질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특히 ≪법화현의≫에서 사용한 경전의 해석방법인 오중현의(五重玄義)는 기존의 경전 해석법보다 훨씬 체계적인 것으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원효 스님까지도 그 방법론을 받아들였다. 오중현의란 명(名), 체(體), 종(宗), 용(用), 교(敎)의 다섯 조목으로 경전에 담긴 사상과 실천을 해석하는 것이다. "명"은 경전의 제목을 해석하는 것이요, "체"는 경전의 근본 바탕을 구명함이요, "종"이란 경전이 지향하는 실천적인 방향을 드러냄이요, "용"은 경전의 효용을 밝힘이며, "교"는 경전의 교상(敎相)을 가려 밝히는 것이다. 지의는 법화경뿐만 아니라 ≪유마경≫ ≪관음경≫ ≪아미타경≫ 등 다른 경전을 해석할 때에도 모두 이 방법에 따르고 있다.


천태의 중심사상으로는 제법실상(諸法實相), 원융삼제(圓融三諦), 일념삼천(一念三千)설을 들 수 있다. "제법실상"이란 말은 ≪법화경≫ <방편품>에서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바는 가장 희유하고 알기 어려운 법이니,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모든 존재의 참모습을 다 궁구할 수 있다[佛所成就第一希有難解之法, 唯佛與佛乃能究盡諸法實相]."고 한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존재의 참모습"이란 연기되어 드러나는 모든 존재를 통하여 진리를 인식할 수 있으며 진리는 존재를 통하여서만 나타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뜻을 ≪중론≫ <관사제품>의 게송에서는 "뭇 인연으로 생겨난 법을/ 나는 공(空)하다고 말하며/ 또한 거짓 이름붙여진 것이라 하고/ 또한 중도의 뜻이라 말한다[衆因緣生法/ 我說卽是空/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고 하였다. 즉 모든 존재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므로 공하며[空諦] 또한 아주 없는 것이 아니라 현상적으로 드러나 일시적으로 존재한다[假諦]. 따라서 공함에도 치우치지 않고 일시적인 현상에도 집착하지 않아서 존재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中諦]. 이와 같이 하나의 존재에 공․가․중의 세 가지 진리가 원만하게 갖춰져 있음을 "원융삼제"라 하고, 한 순간의 마음(一心) 가운데서 이 세 가지 진리를 원만하게 비추어 보는 것을 "일심삼관(一心三觀)"이라 말한다. 원융삼제란 "존재의 참모습"에 대한 다른 표현이며, 일심삼관은 그것을 밝게 비추어 봄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존재의 모습을 다시 풀어 말한 것이 "일념삼천설" 즉 한 생각에 삼천 세계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천태는 먼저 모든 존재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하늘의 여섯 범부의 세계와 성문, 연각, 보살, 부처의 네 성인의 세계로 분류한다. 이 열 가지 법계는 각각 다시 열 가지 법계를 갖추고 있어서 100법계가 된다. 이들 각각에는 다시 다음과 같은 십여시(十如是)가 갖추어져 1000법계를 이룬다. 십여시는 이와 같은 모습[如是相], 이와 같은 성품[如是性], 이와 같은 바탕[如是體], 이와 같은 힘[如是力],이와 같은 작용[如是作], 이와 같은 원인[如是因], 이와 같은 조건[如是緣], 이와 같은 결과[如是果], 이와 같은 받음[如是報], 이와 같이 처음과 끝이 마침내 평등함[如是本末究竟等]인데, 이것은 ≪법화경≫ <방편품>에서 "존재의 참모습[諸法實相]"을 풀어 말한 것에 해당한다. 즉 십여시란 한 순간의 존재에는 그 드러난 모습과 성품으로부터 그것의 작용, 이루어진 원인 나아가서는 그 결과 미치는 과보까지 일시에 다 갖추어져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러한 존재의 참모습을 바르게 보는 이야말로 바른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끝으로 이 1,000여시에 다시 국토세간, 중생세간, 오음(五陰)세간이 갖추어져 삼천세계가 된다. 일념에 삼천세계를 갖춤이란 존재의 성품(法性)이 본래 그러함이지 인위적으로 짓는다거나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즉 어떤 존재든 모두 참된 상태에 있으며, 참된 상태가 모든 존재에 내재해 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옥세계에서 헤매는 중생도 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으며, 부처님도 악한 세계의 중생을 교화할 수 있다.


다음은 천태의 수행관이다. ≪마하지관≫에 따르면 "천태 대사는 남악 혜사로부터 세 가지 지관(止觀)을 전해받았다."고 한다. 세 가지란 점차(漸次), 부정(不定), 원돈(圓頓)지관이다. 이들은 모두 대승 법문으로 존재의 실상을 반연하므로 모두 "지관"이라 이름한다. "점차"는 얕은 데서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며, "부정"은 얕음과 깊음이 서로 갖춰져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점차지관에 대한 지의의 저술로는 ≪석선바라밀차제선문≫이 있고, 부정지관에 대해서는 ≪육묘법문≫이 있다. 원돈지관은 처음부터 바로 존재의 실상을 반연하여 대상을 만나면 곧바로 중도여서 모든 존재가 진실 아님이 없음을 보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한 것이 ≪마하지관≫ 상하 10권이다. ≪마하지관≫에서는 원돈의 실천행으로 간략하게는 사종삼매(四種三昧)를, 자세하게는 십경십승관법(十境十乘觀法)을 설한다.


사종삼매란 행하는 자세에 따라 상좌(常坐), 상행(常行), 반행반좌(半行半坐), 비행비좌(非行非坐)삼매로 나눈 것을 말한다. 이것은 좌선, 염불, 독경(讀經), 다라니 등에 의한 불교의 모든 수행법을 그 행하는 자세에 따라 사구(四句)로 분류하여 총망라한 것이기도 하다. 상좌삼매는 ≪문수설≫ ≪문수문≫ 두 반야경에서 일행삼매(一行三昧)라 한 것으로 좌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행삼매는 반주삼매(般舟三昧) 또는 불립삼매(佛立三昧)라고도 부르는데 다니면서 아미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든지 32상을 염하여 걸음걸음마다 오직 아미타불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처님이 자신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므로 불립삼매라 한다. 반행반좌삼매는 ≪대방등다라니경≫에 의거한 방등삼매와 법화경에 의거한 법화삼매를 말한다. 방등참법은 도량을 청정히 하고 장엄한 후 걸어서 돌아다니며 다라니도 외우고 좌선으로 실상을 관하기도 하는 밀교적 색채가 짙은 행법이다. 법화삼매는 ≪법화경≫ <안락행품>에 따르는 무상(無相)의 사안락행과 <보현보살권발품>에 의거한 참법인 유상(有相)의 안락행을 통틀어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몸과 도량을 청정히 함으로부터 예불, 육근참회(六根懺悔), 독경, 좌선을 통한 실상관(實相觀)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의 비행비좌삼매란 그 본 뜻은 역행역좌(亦行亦坐)의 삼매다. 즉 형식적으로는 앞의 셋에 속하지 않는 그 밖의 모든 불교수행법을 말하며, 실질적으로는 앞의 셋을 모두 포함하여 매 순간 어떠한 위의(威儀)에서도 늘 삼매에 드는 생활을 이르는 말이다. 그것을 ≪대품반야경≫에서는 각의삼매(覺意三昧)라 하고, 남악 혜사는 수자의삼매(隨自意三昧)라 이름했다.


이 사종삼매는 사실상 남악 혜사 선사가 일생 동안 그대로 행하였으며 입적할 때 대중들에게 부촉한 행법으로서 천태 지의가 원돈지관을 구성할 때 요체로써 채택한 것이다. 여기에는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이 총망라되어 있으면서도 행하는 이의 근기나 상황에 알맞게 행할 수 있도록 방편을 설한 것이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특히 법화삼매참법은 우리 나라의 많은 역대 법화행자에 의하여 행해져 왔으며 고려 원묘 요세 스님의 백련결사에 이르러서 그 꽃을 피웠다.


다음은 십경십승관법이다. 십경(十境)이란 음입계경(陰入界境), 번뇌경(煩惱境), 병환경(病患境), 업상경(業相境), 마사경(魔事境), 선정경(禪定境), 제견경(諸見境), 증상만경(增上慢境), 이승경(二乘境), 보살경(菩薩境)의 열 가지 관찰 대상이다. 이것은 바로 지금 나의 존재인 음입계의 경계로 시작하여 지관수행을 할 때 일어나는 온갖 장애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여기에는 번뇌나 병환과 같은 나쁜 경계로부터 이승이나 보살과 같은 성인의 경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 대상을 각각 다시 열 가지 방법(十乘)으로 관찰한다. 즉 관부사의경(觀不思議境), 기자비심(起慈悲心), 교안지관(巧安止觀), 파법편(破法遍), 식통새(識通塞), 수도품(修道品), 대치조개(對治助開), 지차위(知次位), 능안인(能安忍), 무법애(無法愛)가 그것이다. 이 십승의 법문은 대경이 곧 부사의한 경계임을 바르게 관(觀)하여 다른 이들에게 자비심을 일으키고, 교묘한 방편으로 지관에 머무르며 나아가 법을 두루 타파하여 그 가운데서 막히고 통함을 알며 조도품을 닦아 장애를 대치하며 도의 길을 열며 안팎의 명예나 치욕도 편안히 참으며 법에 대한 애착을 일으키지 않는 원만한 수행자의 모습을 차례대로 제시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위의 열 가지 경계에 대하여 각각 십승의 법으로써 관찰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현전하는 오음의 현실 즉 일념(一念)이 곧 삼천세계의 부사의한 모습임을 간파한다면 바로 원돈의 지관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렇지 않을 경우 마주하게 되는 현상을 열거하여 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자비의 방편시설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불교교리 : 중국불교의 이해 - 3. 제종(諸宗)의 사상과 수행관-(1) 천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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