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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자작글 ♬

[스크랩] 가슴에 품은 태양 /한국문학방송 문인글방 작품선집 선정작

가슴에 품은 태양



 동해에 붉은 태양이 번듯하게 솟아오른다.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또다시 일어나는 태양이지만, 새해 첫날 맞이하는 태양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몇 해 전의 일이 떠오른다.

 그날도 1월 1일 첫새벽이었다.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4가족이 동해에 떠오를 해돋이를 보기 위해 칠흙 같은 어둠을 안고 영덕 창포 해맞이공원을 향해 달렸었다. 겨울이라고는 하나 가끔씩 열어놓은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닷바람엔 비릿한 소금 냄새가 있었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있었다. 무엇보다 포항에 살면서 해돋이 한번 못해본 우리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는 것이 더 큰 행복이었는지 모른다.


 바닷가 높은 언덕에 자리한 해맞이공원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콧김을 내뿜으며 바다를 보고 있었고, 해산을 앞둔 어둠은 재촉하는 풍차의 바람에도 좀처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늘이 밝지도 않은 어둠에서도 동해에 솟아오를 태양을 기다리는 시간은 어린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희망의 기다림이었고, 비록 찬바람에 노출된 눈빛이지만 호호 불어가며 컵라면을 먹는 표정들은 해를 기다리는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였다. 저들에겐 무슨 소망들이 있을까? 꽁꽁 언 손을 비비면서 줄곧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꼬맹이들은 또 무슨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드디어 검은 바다 끝 수평선이 진통을 시작했다. 차츰차츰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하늘도 더불어 붉어지기 시작했다. 웬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새 희망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바람을 알고 있다는 듯 붉디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며 천천히 수평선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 수평선에 내리고 있던 꼬리를 살짝 거두자 동전 같은 태양이 빨갛게 물든 채 솟아올랐다.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동그랗게 떠오른 태양을 보기는 바닷가 사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는데 그날따라 햇무리 없이 솟아오른 태양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무엇인가를 끌어올려 울컥거리도록 벅차게 하였다.


 가슴에 꽉 찬 태양, 그것은 아이 키우는 엄마에겐 하나의 희망이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태양처럼 누구에게나 없어선 안 될 필요한 존재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바람, 그것이 새해가 내게 준 선물이었다. 모두가 손을 들어 환호하는 가운데 나는 뒤에 서서 환호성을 내는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함께 온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이, 그때 10살 정도밖에 안되었던 아이가 무엇을 빌었을까….


 해마다 새해 아침이면 누구나가 붉은 태양 하나씩은 가슴에 품기 마련이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새해 첫 시간을 알리는 타종식에 참여하면서 ‘나와 내 이웃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며 우리 식구들 또한 모든 것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이라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길 기원한다.’는 소망으로 태양을 품었었다. 내게 있어서 아이들은 가슴에 담은 태양이며 희망이기에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세상이 그저 아름답기만을 바라며 올핸 또 다른 소망을 빌어본다.

-33번의 타종으로 멋진 내일을 예약하노니 우직하고 신중한 소처럼 제 할 일 다 하는 성실함으로 너희가 원하는 모든 일 뜻대로 이루길 바란다.-




-09.01.15-

 

.포스코교육재단-신년호 게재글

.한국문학방송 문인글방 작품선집 제3집에 선정

 


문인글방 작품선집 제3집
(작품집 보기 클릭)


 

출처 : 도동초등학교총동창회
글쓴이 : 송정/김순례(1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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