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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자작글 ♬

생활짜투리/새끼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와 3시간을...

 

 

메르스 때문에 한산한 평일,

이른 점심을 먹고 나니 몸도 나른, 마음도 나른,

시간조차 절뚝절뚝뚝 게으름을 피웠다.

 

어디선가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야옹소리에 귀가 번쩍 뜨이고,

가슴이 쿵쾅 방망이질을 하였다.

맨날 보는 흔해빠진 고양이지만,

이날따라 왠지 어린 고양이를 데리고 놀고 싶어졌다.

 

약하디 약한 젖은 소리에 마음이 움직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 부탁했더니,

굴뚝에서 쏟아진 숯검정처럼 새까만 새끼 고양이를 한마리 찾아다 주셨다.

 

엄마 고양이에게 미안했지만,

잠시 데리고 놀고 싶어 향기나는 샴푸로 목욕시키고,

네발바닥을 닦아주고, 과자를 한입 주었다.

어머나 세상에 요놈봐라.

 

잠시 씻기고 닦이는 사이에 그새 이뻐함을 느꼈는지

내 팔다리 사이를 파고 들고, 내 눈을 쳐다보며 가슴을 기어 오른다.

내가 누우면 온몸을 비비고 다니고,

그러다 졸리면 내 몸에 기대어 급잠을 자기도 하였다.

허 참, 요놈 봐라. 지 이뻐하는 건 알아가지고... .

 

그렇게 3시간을 데리고 놀다가,

지 엄마 잊어버리기 전에, 사람 손타기 전에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되겠다 싶어 원래 있던 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랬더니 요놈이 글쎄 어느새 다시 돌아와

사무실 앞 댓돌 위에 앉아 사무실을 들다보며 애처롭게 야옹대는 것이었다.

"나비야, 니 엄마 찾아가~여기선 널 못 키워~"

다시 갖다 놓았더니 또 찾아와 야옹대었다.

 

그렇게 여러번 하다보니 괜히 미안하고,

요것이 엄마 잃어버렸나 하고 걱정도 되었다.

근데, 얘 엄마는 왜 지 새끼 찾지도 않냐?

 

201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