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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배우며 ♬

사투리로 쓰여진 시 모음 -연정흠 선생님 제공

-<이별가>-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 밧줄은 삭아내리는 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느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락이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느는 바람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박목월)

*동생이 죽었을 때 썼다는 박목월 시인의 이 시에는 경상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오 - 매 단풍 들겄네>-

"오 - 매 단풍 들겄네."
장광에 골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겄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겄네."
(김영랑)

*전남 강진 출신인 김영랑 시인의 시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해남에서 온 편지>-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쿡쿡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부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뭇하고 안 그러냐. 쑥 한 바구리 캐 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 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히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이지엽)

*광주여대의 이지엽 교수께서 쓰신 이 사설시조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사랑방 아주머니>-

죽으믄 잊혀지까 안 잊혀지는겨
남덜이사 허기 좋은 말로
날이 가고 달이 가믄 잊혀진다 허지만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기쁠 때는 기쁜 대로
생각나는겨
살믄서야 잘 살았던 못 살았던
새끼 낳고 살던 첫사람인디
그게 그리 쉽게 잊혀지는감
나도 서른 둘에 혼자 되야서
오남매 키우느라 안 해본 일 웂어
세상은 달라져서 이전처럼
정절을 쳐주는 사람도 웂지만
바라는 게 있어서 이십 년 홀로 산 건 아녀
남이사 속맴을 어찌 다 알겄는가
내색하지 않고 그냥 사는겨
암 쓸쓸하지. 사는 게 본래 조금은 쓸쓸한 일인겨
그래도 어쩌겄는가. 새끼들 땜시도 살어야지
남들헌티사 잊은 듯 씻은 듯 그렇게 허고
그냥 사는겨
죽은믄 잊혀지까 안 잊혀지는겨.
(도종환)

*죽은 아내에게 바쳐진 시집 <접시꽃 당신>에 실린 이 시에는 충청도 사투리가 쓰였습니다.



-<홍범도의 가을>-

들판에서 아이들이 눈을 뭉치고 있었네
총을 쏘는 독립군들의 입에 직접 넣어 주던
동포들, 두 손에 꼭 쥔 주먹밥 같은 눈뭉치를

토지를 빌려준 뒤
입당을 회유했던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던 날에도
쌀같이 흰 눈송이가 들판을 덮었을까

"내레 못배워서리, 사상 같은 거이 모르디
거저, 나라 뺏기고, 논 뺏기고 건너온
동포들 굶지 않으면 다행이디 안카써?"

한 시절을 고함치며 나라를 지키려다
극장지기 수위가 되어
가을을 버틴다
남루한 주머니 속의 어둠 같은 가을을 (후략)
(전성훈)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을 소재로 하여 쓴 이 시조에는 북한 사투리가 나타나 있습니다.


-<하도리 해녀군상>-

등뒤로 바르팟 흰 살결 아롱아롱 피워 올리는
북제주군 하도리 해안도로변 해녀들은
함부로 그 날 얘기를 풀어놓지 않는다.

뿔 돋은 소라 껍질 밀물 썰물 모래가 되고
젖 부른 엄마는 자꾸 아이 젖을 물리지만
현무암 검은 가슴엔 하얀 포말이 섬뜩하다.

이여싸나 이여싸나
혼백상자 등에 지곡
가슴 아피 두렁박 차곡
한질 두질 들어가난
저승길이 왓닥갓닥
이여싸나 이여싸나

머리엔 흰 수건, 두 손엔 빗창과 호미
호-이 호-이 숨비질소리 수평선 띄워 놓고
일 천여 분노의 노래 주재소로 몰려갔다.

그날 밤 덩치 큰 해일이 섬을 다 삼켰다.
불턱에 갈무려 둔 불씨마져 다 지우고
바다는 고요가 잠든 밤 속으로만 흐느꼈다.
(권갑하)

*시조동인 <역류>에서 두 번째로 펴낸 시조집 『그믐의 끝』에 실린

권갑하님의 이 시조에는 제주도 사투리가 나타나 있습니다.

* 자료 출처 : 인터넷 여러 곳에서 검색하였고,

중학교 3-1 국어교과서 39쪽 <표준어와 방언> 단원의 교재로 작성하였습니다.